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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훈련반 정문성씨의 취업도전기 "저울을 지배하는 자" <2/2>
작성자방수미 / 작성일2017.11.15

가을이 성큼 다가온 1023, 문성씨는 실습을 시작했습니다.
퇴계로 6, CJ푸드월드 지하에 있는 '행복한 콩&백설관'이 문성씨의 실습처입니다.
이 업체는 두부, 불고기 같은 한식을 판매하는 식당입니다.
가운데에 오픈주방을 두고 양쪽에 식탁이 즐비한 꽤 규모가 큰 매장입니다.
 
문성씨는 취업 담당자와 함께 출근했습니다.
복지관 건너편에서 421번 버스를 타고 정확히 네 정거장 째에 내렸습니다.
주문받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계산하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 매장에는 많은 직원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들 중 한명이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문성씨가 맡게 된 직무는 포션(portion)이었습니다. 포션은 요리에 쓰이는 고기, 해산물, 야채 따위의 식재료를 1인분씩 나누어 담는 작업입니다.
성공적인 실습을 위해 복지관에서 또 집에서 사전훈련도 했습니다. 저울을 켜고, 무게를 달고, 여러 버튼을 조작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꽤나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매장 작업대에 앉으니 불안한 마음에 손이 떨렸습니다. 모두가 문성씨만 바라보는 것 같았고, 실수하면 취업에서 멀어질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문성씨 옆에는 늘 문성씨를 도와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한명씩 있었습니다.
취업 담당자가 있었고, 훈련반에서 작업지도를 도왔던 사회복무요원이 있었습니다.
주방 매니저의 지시가 있으면 지원군은 문성씨가 빠르게 직무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쉬운 방법을 찾아 지도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 드디어 실습 마지막 날이 다가왔습니다.
 
문성씨의 머릿속엔 그동안의 시행착오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마음과 다르게 비닐은 말을 듣지 않았고, 야채를 얼마만큼 집어야 '적당히'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넓게만 보이던 비닐은 재료를 넣기만 하면 옆으로 흘러넘쳤고, 40g에 맞추려는 고기는 37g, 45g... 문성씨를 놀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혼자 하는 출퇴근이 두려웠고, 유니폼을 입고, 벗어 개키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 자리에 앉아 세 시간 동안 같은 일만 되풀이할 때면 눈은 뻑뻑하고 어깨가 천근만근이기를, 그렇게 14일이 흐른 것입니다.
 
실습의 마지막 날, 문성씨는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빠른 손놀림과 능동적인 움직임은 분명 기분탓 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119, 문성씨의 도전은 끝이 났습니다.
실습은 수료했지만 아쉽게도 취업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문성씨는 취업 성공보다 더 큰 경험과 성과를 얻었습니다.
지각 한 번, 꾀 한 번 부리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주어진 직무에 충실했고,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실습 한 번에 취업이 된다는 건, 직무 능력과 습관, , 그리고 상황까지 여러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물론 기대한 만큼 속상한 마음도 큽니다.
훈련반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고, 멋지게 보이고 싶었고, 무엇보다 가족을 기쁘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 없지만 문성씨는 괜찮다고 말합니다.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잘해주었다고 칭찬과 위로를 건네는 담당자를 똑바로 마주보며 말합니다. 쉽지 않았다고, 재밌었다고.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 12, 동료들이 나른한 단잠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스피드스태킹에 취해 정신없이 컵을 옮기던 평소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문성씨는 조용히 저울을 가져와 전원버튼을 누릅니다.
그렇게 문성씨는 두 번째 실습 도전을 준비합니다.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손 안에 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다.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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